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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마음에 드는 관현악곡을 듣던 중이었다. 주변에 귀뚜라미와 개구리 소리가 좋아서 같이 녹음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아이패드로 음악을 틀고, 아이폰으로 녹음을 해봤다. 하지만 주변에 트럭이 계속 지나다녀서 트럭 소리가 원치 않게 같이 녹음되었다. 그때 시간이 새벽 3시였는데, 거의 1분에 한대에서 두 대가 지나다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고, 결국 녹음을 원하는 대로 못 해서 잠시 핸드폰을 놓고 지나다니는 트럭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왜 새벽에는 트럭만 지나다닐까 생각해보았다. 사실 낮에도 비슷하게 지나다니는데 새벽에는 승용차가 다니지 않아서 트럭이 눈에 띄는 걸까? 아니면 새벽이 유통하기에 좋은 시간대라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유야 어쨌든, 트럭들은 내가 보든 안 보든 새벽에 계속 물류를 나르고 있던 거구나'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치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 같았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저쪽 세계와 내 세계는 맞닿을 일이 없다. 내가 직접 트럭 기사가 되거나, 물류센터에서 일하거나, 새벽 교통 관련 업무를 보지 않는 다면 말이다. 물론 미친 척 하고 갑자기 뛰쳐나가서 지나가는 트럭을 멈춰 세울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도 그러진 않을 거다. 그저 이렇게 엿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보든 안 보든, 저 세계는 알아서 돌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어도 접할 수 없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 이외에도 수많은 서로 다른 세계가 있을 테고, 그중 경험해볼 수 있는 세계는 정말 적지 않을까.
울려라! 유포니엄2 OST - 響け!ユーフォニアム(朝もや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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